건강하고 행복한 성현교회
이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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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면 딱 좋습니다. 불륜 내지는 연인도 아니 됩니다.
이제부터 바우덕이의 고장, 포도의 고장 안성으로 틈입할 터인데, 원칙이 있다. 첫째, 과욕은 금물. 볼 곳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니 그 볼거리들을 다 쫓아다녔다가는 기력이 쇠하고 맥도 다하게 된다. 둘째, 되도록 1박을 할 것. 숲 속으로 들어가면 예쁜 펜션들이 숨어 있는데, 그 숙소에서 별을 보다가 이른 아침, 안개 낀 숲 길을 걸어 보시라. 도시에서 죽었다 깨어나도 맡을 수 없는 흙냄새도 맡아보시고.
자, 안성 1박2일!
서일농원 된장 정식 점심 → 아트센터 마노 → 허브마을 구경 → 일죽 한우촌 저녁 → 허브마을 1박 → 칠장사 아침 → 한택식물원 → 집으로
::: 도열한 된장 항아리, 서일농원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빠져나와 장호원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소로를 가면 왼편에 서일농원이 있다. 된장 만드는 농원이다. 그런데 된장 농장이라고 말해버리고 입을 닫는다면 이 농장 정체 10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일단 아래를 보시라.
콩을 재료로 한 모든 것을 만드는 농장이요, 그 장류를 맛볼 수 있는 토박이 식당이요, 동시에 한 두 시간 산보를 하며 눈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된장과 각종 장아찌류를 만들기에는 그 규모가 방대하고, 입보다는 눈이 훨씬 더 즐거워지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이 탄생하게 된 연유가 궁금하다면 ....농장 구경 실컷하고 장독대 구경 실컷 한 다음, 농장 안에 있는 식당 ‘솔토’에서 식사를 한다. 조미료 전혀 안 치고, 3년 동안 독 안에서 숙성시킨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가 8000원, 청국장이 8000원이다. 함께 내는 반찬도 모조리 이 농장에서 수확해 만든 장아찌들이다. 농장 뒤켠에는 농장 여주인 서분례씨가 양로원으로 만들기 위해 마련해놓은 땅이 있다. 자, 식후경이라 했으니 이제 또 다른 곳으로 출발.
::: 거꾸로 서 있는 집, 아트센터 마노
서일농원에서 나와 38번국도를 타고 안성까지 간다. 동아방송대를 지나고, 동신 삼거리를 지나고, 막다른 삼거리에서 용인,원삼 방면 우회전하면서 남사당전수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바로 옆에 그 이름도 유명한 남사당전수관이 있으니, 일석이조. 유리공예 체험공방과 레스토랑, 산책로가 있다. 맨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거꾸로 선 집이고, 그 뒤로 푸른 잔디밭과 레스토랑, 작업실이 늘어섰다. 아이들과 같이 갔다면 잔디밭에 풀어놓으면 된다. 야외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바비큐는 10인 이상이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우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으니, 연인에게 잘난 체하려는 남자들이여, 돈지갑 두둑하게 채우고 이곳으로 가시라. 잔디밭 뒤로 숲에 방갈로가 몇채 있다. 11평짜리 1박에 10만5600원부터. 어때, 돈지갑에 얼른!
::: 꽃 사태(沙汰)난 마을, 허브마을
오늘의 숙소는 바로 허브마을. 아트센터 마노에서 나와 장호원쪽으로 38번 국도를 타면 나온다. 삼죽삼거리 직전에 ‘곰솔마루’라는 식당이 보이면 왼쪽 깜빡이. 큰길을 빠져나와 산으로 들어가는 시멘트 포장길로 가면 오른편에 숨어 있다. 해거름에 허브마을에 들렀는데, 옆자리에 탄 曰, “나는 오늘 여기서 잘 거다”라고 했다.
왜 그런고 하니, 말끔하게 아스팔트를 깐 언덕길로 들어서면서 온통 꽃들에 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허브마을은 약초와 식재료, 관상용으로 쓰이는 허브를 재배하는 ‘타운’이다.
타운 곳곳에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바람에 날리고, 다알리아와 천일홍이 낮게 깔려 있다. 그 뒤로 허브로 만든 예쁜 기념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숍이 있고 그 위로 레스토랑이 있다. 그 위로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이 있다. 그 옆 앙증맞은 철제 테이블과 의자가 늘어선 기념품점으로 들어가면, 건물 뒤 온실로 길이 이어진다. 거기가 바로 허브 식물원이다.
꽃을 보기에 눈은 물론 즐겁지만, 허브식물원에서는 손과 코가 즐겁다. 야, 꽃 예쁘다 하고 손을 갖다대면 꽃과 가지에 살고 있는 향기가 냉큼 손바닥에 이사를 와서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나는 레몬이야, 나는 사과향이야, 나는 라벤다야, 나는…. 그 향기를 잃어버리기 싫어서 가만히 입을 다물게 된다. 식물원 뒤로도 산책로가 있는데, 지금은 더 예쁘게 만들겠다고 공사 중이라 아쉽다.
우리의 이 “기필코 여기에서 밤을 보내겠다”고 한 이유는 또 있다. 위 사진을 보시라. 허브마을 초입에 있는 펜션 침실이다. 원목으로 만든 통나무집에 거실과 침실이 있는데, 침실 모양새가 마치 백설공주의 방처럼 생겼다. 한땀한땀 손으로 바느질한 쿠션하며 깨끗한 침대와 이부자리, 그리고 머리맡에 드리워놓은 커튼까지, 마시무스는 그 방에서 나올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 방 하룻밤? 6만3000원이다. 돈지갑!?
::: 일죽 한우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마시무스를 겨우 설득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안성. 한우의 고장이다. 안성하고도 일죽면이 안성 한우의 집산지다. 일죽면에 가면 ‘식육식당’ 거리가 있다. 그날그날 도축한 소가 정육점에 입고되면 바로 붙어 있는 식당에서 고기를 판다. 등심 1인분에 3만원. 3만원! 과연 한우라, 비싸다.
그런데 1인분이 자그마치 300g! 펜션으로 돌아갈 꿈만 꾸는 이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 바람에, 2인분을 시켜놓고 혼자서 먹다가 죽을 뻔했다. 그날 밤, 펜션 바깥에서는 부엉이가 울었고, 바람이 불어와 꽃들을 울려댔다. 새벽에는 보일러가 필요한 차가운 공기였다.
::: 산사의 아침, 칠장사
칠장사는 궁예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궁예의 어머니가 머리를 깎고 이 절에 들어와 수양을 했고, 대의를 품은 아들은 수시로 어머니를 찾아 절에 들르곤 했다. 궁예는 어릴 적 이 절에서 궁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의 스승 갓바치도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 아니, 그랬다고 벽초 홍명희가 소설에 썼다. 요사채에는 연전에 이곳에서 촬영을 한 궁예와 임꺽정 출연진들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런 전설을 무시하고라도 칠장사는 방문할 가치가 있다. 절 입구 대로변에 조용히 서 있는 부도밭을 지나 아침 안개 낀 절에 들어서면, 빛 바랜 목재 그대로 세월을 견디고 있는 대웅전이 너른 마당 뒤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고즈넉함이요 고요함이 칠장사의 큰 덕목이다. 분칠하지 않은 '쌩얼'의 산사다.
산으로 난 긴 계단을 올라가면 절집이 몇 개 더 나오고, 왼편으로 잘 생긴 소나무가 보인다. 그 아래 유리로 덧집을 만들어놓은 작은 집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해마다 입시철만 되면 학부형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칠장사 나한전이다. 왜 학부형이냐, 바로 어사 박문수 덕분이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젊은 박문수, 날이 저물어 이곳 나한전에서 하룻밤을 잤겄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시를 한 줄 불러주고 사라지니, 꿈 한번 요상허다. 그런데 과거시험장에서 글제가 펼쳐지니, 어허 저거 좀 보소, 꿈 속 노인이 일러준 바로 그 싯구가 아닌가. 하여 어렵지 않게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되었다는 이야기.
나한전에는 나한들이 좋아라 하시는 과자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바깥에서는 대한민국 고3들의 어머니들이 끝없이 절을 한다. 대한민국 만세다.
::: 마지막, 한택식물원
안성을 잠시 벗어나 용인으로 간다. 어차피 안성-용인 경계에서 길어야 10분이면 닿는 곳이다. 거기에 한택식물원이 있다. 참으로 굉장한 식물원이다. 큰길가에서 시작해 산기슭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꽃밭이요 숲이다. 여름 흉내를 내고 있는 이 이상한 가을, 낮이 되면 덥다. 그 더위를 한택식물원에서 씻는다.
과연 얼마나 크길래. 자그마치 20만평 땅에 9000종이 넘는 식물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다. 이름을 세밀하게 외우려다가 포기해버린 토종 꽃, 외래 꽃들이 키 큰 나무들 아래 옹기종기 산다. 모든 풀, 나무에 이름표가 붙어 있으니 공부가 되는 것도 덤이다.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설명을 들으며 식물공부를 하기도 한다.
식충식물을 모아놓은 온실도 있고, 그 위로 산책길 따라 걸으면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서 가져온 이국적인 식물들을 모아놓은 식물원도 있다. 개울을 가로질러 세워놓은 작은 카페도 있다.
꽃길을 따라 무작정 올라갔는데, 호주식물원으로 들어가니 참으로 호주였다. 팍팍한 마른 땅에 건조지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 꽃들에 심취한 이 아무 말이 없는 것이었다. 오호, 이 처음 조난당한 곳이 바로 사하라가 아닌가. 그 데자뷰(Dejavu). 그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땅 한번, 하늘 한번 쳐다보며 묵묵히 걷던 그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밑동이 퉁퉁하게 튀어나온 바오밥 나무였다.
마시무스 , 아니, 철새 떼를 타고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우리의 어린왕자가 살던 곳이 B612라는 소행성이다. 거기에 바오밥나무 씨가 날아와 숲을 이루면서 어린왕자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생떽쥐베리는 주장했다.
그 운명의 바오밥을 지구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게다가 그 나무 아래에 ‘여우’가 아닌 ‘캥거루’를 대동한 어린왕자 인형까지 서 있으니. 이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 그리하여 우리는 서둘러 꽃밭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으니, 1박2일 동안 우리는 참으로 다양한 외출을 경험한 것이다.
::: 여행수첩
▶ 가는길(서울 기준, 일정 순서대로)
38번국도가 핵심이다.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나와 38번국도로 장호원 방면→작은 길 나오면 오른쪽으로→서일농원→38번국도로 곧장 안성방면으로 직진해 동아방송대 지나 동신삼거리 지나 막다른 삼거리에서 용인 방면 우회전. 남사당전수관 이정표→38번국도로 나와 장호원 방면→삼죽삼거리 직전에 ‘곰솔마루’ 식당 보이면 곧바로 좌회전, 산길로 5분 거리 오른쪽에 허브마을, 여기에 짐을 풀고→38번국도로 다시 장호원쪽으로 가면 일죽면소재지. 여기 식육식당가에서 저녁→허브마을로 돌아가 1박→38번국도로 다시 장호원 방면→17번국도 나오면서 ‘칠장사’ 이정표. 이정표 보이면 다음 빠지는 곳으로 내려갈 것. 자칫하면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이정표 따라 가면 바로 칠장사→38번국도로 안성 방면→오른편에 ‘한택식물원’ 이정표 나오면 그리로 내려갈 것. 산을 향해 10분 정도 가면 오른쪽에 굉장히 큰 식물원이 나오고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다.
▶ 들른 곳들
1.서일농원:www.seoilfarm.com, 입장료 무료. 식당 솔토에서 된장찌개 정식 8000원. 김치녹두전 7000원. 농원에서 생산한 각종 장류와 장아찌류도 판매한다. 통신판매도 한다. (031)673-3171
2.아트센터 마노:www.mahno.com, 입장료 없음. ‘마노’는 프랑스어로 ‘넓은 뜰이 있는 집’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곳. 계 모임 같은 단체로 호사스럽게 방문해도 좋다. (031)6767-815
3.허브마을:www.thanks-nature.co.kr, 입장료 없음. (031)678-6700
4.일죽면 식육식당 ‘일죽한우회관’:일죽면 식육식당 거리 첫 번째 집이다. (031)674-8992 한우 등심 1인분(300g) 3만원. 양이 작은 사람 세사람이면 일단 2인분만 시켜놓고 보시라.
5.한택식물원:www.hantaek.co.kr, 입장료 어른 8000원 (031)333-3558
6.칠장사:(031)673-0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