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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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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 임은섭
  • 조회 : 1266
  • 2019.04.21 오전 10:50

북클럽
프로파일 By Prayer 2019. 4. 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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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ma. We are happy to see you. God bless you.

(안녕하세요. 저희는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어 기뻐요. 하나님께서 선생님을 축복해주시길 바래요.)

교실에 들어서면 일제히 일어난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합니다. 매일 하는 상투적인 인사이겠지만 아이들의 표정과 반짝이는 눈에서 반가워하는 마음을 읽습니다.

내부 난민(IDPs)

처음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반응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동양인을 처음 보아서 인지도 모릅니다. 저 외국인이 여기서 뭘 하려는 것일까? 신기함 반, 의심 반 섞인 시선이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고 있는 학교, City of Refuge는 나이지리아 예수전도단(이하 예전단)에서 운영합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나이지리아 북동쪽 세 개주에서 피난 온 내부 난민(IDPs – Internally Displaced Persons) 아이들입니다. 2009년부터 심화된 보코하람(이슬람 무장단체)의 활동으로 그 지역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해졌고, 당연히 학교 교육도 중단되었습니다.

집, 거리, 혹은 난민 캠프에서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넘쳐났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예전단 지역 책임자가 몇 명의 아이들을 조스로 데리고 와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City of Refuge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70여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예전단에서 제공하는 호스텔에서 함께 생활하며 학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상급반의 25명 정도로, 두 반으로 나눠 북클럽을 진행합니다.

북클럽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안식년 기간에 받은 선교사 연장 교육 중 자신의 선교지 이슈를 하나 골라 소논문을 제출해야 했는데 우연히 고른 주제가 내부 난민이었습니다. 자료를 읽고 공부해 가면서 더욱 관심이 생겼습니다. 나이지리아로 돌아온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난민 캠프를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확인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북클럽으로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우선 저 자신이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 책에 관심이 많았으며, 독서로 경험하고 배우는 좋은 것들을 이들도 누리길 바라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읽기 수준이 달라 적절한 책을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쉬운 그림책 보다는 글밥이 있으면서 사이사이 그림 있는 책이 학생들의 이해와 집중에 좋았습니다. 읽어주기도 하고, 지원자를 받아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게도 합니다. 술술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꾸 막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옆에서 한 두명씩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나중엔 반 전체가 같이 읽게 되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끝내면 내용 중 가장 좋았던 장면이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학생들의 작품은 집에 가져와 하나하나 정리합니다. ‘이런 것들을 재미있어 하는구나’, ‘아니 이런 세세한 것도 다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야’하고 혼자 킬킬거립니다.

학교 담당자가 북클럽으로 학생들의 읽기 실력이 향상된 것이 보인다며 호스텔에서도 자체적으로 돌아가며 성경읽기를 시작했다고 얘기해줬을 때 기뻤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기뻤던 날은 책 내용을 요약하고 느낌을 발표한 아이들에게 집에 돌아다니는 얇은 책 한 권씩 선물로 준 다음 주, 아이들이 다른 책을 더 구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날이었습니다. 이것이 상자 한 개만큼의 책을 구해 작은 이동도서관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책을 빌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단 몇 명이라도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것이 좋았습니다.

엄마선교사

저는 선교사이기전에 이 아이들 또래의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그렇기에 종종 엄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봅니다. 새 책을 처음 만져 본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 13인치 노트북으로 보여주는 영화에 신나하는 미소, 연습장 구석 ‘저는 이 시간이 정말 좋아요’라고 작게 써 놓은 메모, 매주 가져가는 작은 간식에도 고마워하는 인사, 먹지 않고 남겨뒀다가 쉬는 시간 교실로 찾아온 동생에게 나눠주는 언니의 모습을 흘긋 보게 될 때, 흐뭇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켠으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이지리아 내의 내부난민은 180만명에 이르고 있고 이 중의 55%는 18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2019 인도적 필요 총람, OCHA - 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수많은 내부 난민 아이들 중 극히 일부입니다. 보이는 필요는 너무나 크고, 그것을 생각하면 압도되기도 합니다. 단지 지금 할 수 있는 한걸음 내딛습니다. 인도하심이 있기를, 필요한 힘과 지혜, 꾸준함을 구합니다. 그리고, 게으르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출처] 북클럽|작성자 By Pr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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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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