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성현교회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대통령 선거
일상
선거 전날은 공휴일, 선거날은 ‘No movement day’ 였습니다. 아이들 학교는 선거 전 후로 휴교였습니다. 가족이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별일 없었지만 그래도 알아서 긴장하는 몸은 어쩔 수 없습니다. 들려오는 바깥의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써지고 잠을 설칩니다. 더워지는 날씨 탓도 있습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좀 나은데 이도 전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산하의 재미있는 한국말 공부를 위해 온 가족이 드라마 ‘도깨비’를 보았습니다. TV 앞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도 저런 데이트 하고 싶다 (엄마)
아빠 왜 그랬어 (산하)
미안해 (아빠)
딱 한번의 응급콜이 있었습니다. 선거 관련은 아니고 분만 후 복부 출혈이 발견되어 산부인과 주임 과장님이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이틀 전 8번째 분만을 한 환자는 자신의 나이가 25살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8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 중 큰 딸이 19살이랍니다. ^^ 환자는 질식 분만 후 좌측 자궁 동맥 파열이 있었습니다. 출혈은 후복강 혈종을 만들고 비장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자궁 동맥 결찰 후 환자는 호전되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후복강은 건드리지 마세요’ 조언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간호사 S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 속에 S는 6번의 항암치료를 잘 마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전에는 막혀 있던 십이지장에 내시경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복부 CT검사에서는 위와 간으로 더 진행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얗게 눈이 내린 흉부 X-ray 소견은 폐 전이를 말해 줍니다. 함께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기도했습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항암치료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 깊숙이 이러한 결정에 대한 평안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해 주신 병원과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저에게 더 큰 가족 같이 돌보아 주셨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여전히 삶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간호사 S
S는 오늘도 출근하고 일상을 이어 갑니다. 느려진 말과 걸음으로 계속 환자를 보고 마취를 합니다. 간간이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며 미소 짓는 모습은 거룩하게까지 보입니다.
Pistos ho kalon
이 말은 ‘너희를 부르시는 이는 미쁘시니 (데살로니가전서 5:24)’의 그리스어 원문입니다.
The one who calls you is faithful and he will do it
1 Thessalonians 5:24 (NIV)
나이지리아 정치와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빙햄 병원과 대학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리고 간호사 S는 왜 아픈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단지 부르신 주님의 신실하심을 의지합니다. 그가 이루실 것을 소망합니다.
기도제목
1. 3월 9일은 지방정부 선거입니다. 평화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되도록. 선출된 대통령과 위정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나이지리아를 섬길 수 있도록.
2. 간호사 S의 남은 삶의 순간들이 귀한 예배가 되도록
3. 흔들리는 때에 ‘Pistos ho kalon’을 기억하도록
[출처] Pistos ho kalon|작성자 By Pr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