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역자님께 드립니다

내가 직접 당하는 핍박이 아닐지라도 누군가 불의하게 박해당하는 것을 처음 볼 때는 함께 마음 아파하며 분노하고 저항도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잊힌다는 게 인간의 한계인데, 지난 5월 8일 나눈 미얀마 상황과 난민에 대한 글의 파장은 계속해 이어지고 있어 놀랍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난민 돕기를 하려고 현장 상황을 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선교 편지를 읽은 몇몇 무명의 성도들이 자원하였고 난민들이 우리 현지 교회들과 가까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제자가 당장 식량이 필요하다기에 모인 만큼 식량과 생필품, 의약품 일부를 보내 준 것을 시작으로 4차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몇몇 작은 교회들이 코로나로 어려운 중에서도 마음을 담아 주셨고, 호주, 미국, 싱가포르의 한인과 현지 성도들의 사랑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성도의 기도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상황은 전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지는 쪽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의인의 이름으로 모인 동맹은 요란하지만 자기의 유불리를 따지고 자기 이름을 알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데 반해, 악인의 동맹은 여론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서로의 권좌를 목숨을 걸고 지켜주려고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평범한 성도요 무명의 일꾼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는데, 부족한 우리를 믿고 용기를 내 간절하게 내미는 손과 그 손이 민망하지 않도록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의 손길들을 보며 진실한 통로의 역할을 깨달았습니다.

4번째 식량과 생필품을 전달해 주고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이제는 카렌족뿐 아니고 카친족과 타이야이족, 카레니족들까지 생명을 지키려 이곳으로 넘어와 있다고 합니다. 힘없는 일반 백성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관계된 모든 국가가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미얀마, 태국, 중국, 미국, 라오스, 인도).

2021년 6월 25일

정도연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