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성현교회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비행기를 못 타요
3월 둘째 주, 독일에서 띄운 응급 항공기로 선교사 두 명이 떠났습니다. 좀 호들갑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공항폐쇄가 발표되었습니다. 한달 동안 No 비행기입니다. 통보를 들은 아침 당일 마지막 비행기 편으로 가족을 보내려 했습니다. 티켓은 구했는데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본인 확인을 요청한 미국 여행사는 계속 통화 중입니다. 기다리라는 자동응답메시지만 1시간 듣다 끊어졌습니다.
한달 후 다 같이 가자 하고 5월 2일 비행기표를 구입했습니다. 그 사이 대우에서 라고스에 비행기를 띄워 직원과 교민들을 귀국시켰습니다. 차로 15시간 8개 주를 지나가야 하는 거리, 조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자국민들을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렵습니다. 일종의 공동구매로 전세기를 띄우는 개념인데 아부자 10여명, 라고스 10여명의 교민으로는 비용이 감당 되지 않습니다. 비행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 갑니다. 한국까지 일인당 만불이라는 루프트한자 예약 홈페이지를 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고대하던 5월 2일 비행기편은 취소 되었습니다. 4월 말 공항폐쇄가 2주 연장되었기 때문입니다.
환불하려던 5월 23일발 항공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 가는 길에 미국을 들려 정수기 공부 하자 하고 6개월 전에 구입 했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하고 미국 전자비자를 신청했습니다. 비자는 받았는데 다시 공항 폐쇄 연장 입니다. 또 항공권이 취소 되었습니다.
6월 첫 주 포트하코트에 대우 직원들을 귀국시키는 비행기가 옵니다. 그림의 떡입니다. 차로 14시간 가야하는 석유산업의 도시. 비행기 탈 확률 보다 납치될 확률을 걱정해야 하는 길입니다. 이제는 3주 후 국내선을 재개한다고 합니다. 그럼 국제선은 7월에나 될까 말까입니다.
버티기
아내와 산지 산하는 세달째 방콕, 조스를 못 나간지는 열달입니다. 스케줄을 만들어 공부시간을 정했습니다. 그외는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는데 그 중 사탕내기 보드게임이 은근 재미있습니다. 분위기 좀 바꾸어 보려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 파티도 열었습니다. 단지 파리가 하도 달려 들어 집에 들어와 먹었습니다. 평소 안 보던 드라마에 빠진 시간도 있었습니다. ‘나의 아저씨’에 너무 공감하는 자신을 보며 정말 아저씨구나를 알았습니다. 아내는 오지의 고수들만 가능하다는 양배추 김치와 물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통행 금지로 환자는 줄었지만 치안은 여전히 나쁘고 병원일은 계속됩니다. 새벽 2시 수술실에 불려나간 적이 있습니다. 창으로 찔려 온 환자 였습니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시작해 폐, 횡격막, 간, 담낭, 십이지장, 위, 췌장 그리고 두 소장이 뚫려 있었습니다. 전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는데 위만 꿰매고 전원 되어 왔습니다. 밤새 애를 썼지만 환자는 이틀 후 숨을 거두었습니다. 잠시 통행이 풀린 날에는 34, 35번째 정수기를 가까운 고아원에 설치했습니다. 난생 처음 ‘Zoom’을 이용한 인터넷 의과 대학 강의도 해보았습니다.
1,200 그루 나무를 다 심어가던 5월의 어느 날 ‘이제는 좀 보내주세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보내고 혼자 남으려 했는데 주제 넘는 생각이었습니다. 가족이 있어 버텼습니다. 산지 산하의 깔깔대는 웃음 소리는 lockdown 스트레스를 날리는 힘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냄으로 영혼이 치유된다. (the soul is healed by being with children)’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COVID-19
나이지리아는 6월 들어 확진자 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빙햄병원을 통하여는 55명이 검사를 받았고 9명의 확진자가 나와 격리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곳 상황을 안타까워하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충남의대 26회 동기회, 익투스(충남의대기독학생회), 한국 누가회, 한국기독의사회, 아프리카 미래재단, 비전케어 그리고 여러 개인 후원으로 급한 필요들이 채워졌습니다. 꾸준한 정기 후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의 가족이 나이지리아에서 숨쉬며 사역을 이어옵니다. 공급된 개인보호구(PPE)와 장비들이 잘 사용되어 생명 살리는 도구로 쓰임 받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