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선교사가 공지를 올렸습니다. 냄새와 맛을 못 느끼는 증세로 검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틀 전 함께 모였던 여러 사람과 가족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E는 3일 후 확진 되었습니다. 저와 산지도 가려 했던 자리였습니다. 약간의 몸살기운이 있어 참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확진 다음날 오후 2시, 숨쉬기가 불편해 잠자기 힘들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바로 보호장구를 챙겨 E가 격리 중인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E의 (역시 자가격리 중인) 앞집 선교사 연락을 받았습니다. 근처 오는 김에 아이를 봐 달라고 합니다. 5일전 손가락에 가시가 찔려 아프답니다.

방호복을 입고 아이를 먼저 보았습니다. 염증이 제대로 올라 오른손 중지가 뚱뚱 부었습니다. E의 집으로 갔습니다. 미열에 얕은 숨을 몰아 쉬며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87%입니다. 바로 빙햄병원에 입원시키고 산소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새로 지은 격리병동이 라싸(Lassa Fever: 유행성출혈열과 비슷한 풍토병) 환자 전용이 되어 임시 격리병동에 들어갔습니다. 8개 침대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는 허름한 방입니다.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바이러스를 더하고 싶지 않다면 이거라도 하세요.” 안면 보호구(Face shield)를 건네 주었습니다.

다음은 수술도구를 챙겨 자가격리 중인 아이에게 갔습니다.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고름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바로 째서 다행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9시, 산지가 스파게티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의사 일 했네” 하며 약 올립니다.

E는 다음날 격리병동 일인실 자리가 비어 옮겨갔습니다. 3L에서 시작한 산소치료는 5L까지 올라갔습니다. 보험회사에 연락해 구급비행기(Air ambulance)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E는 여러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입니다. 산소요구량이 더 많아지고 상태가 나빠진다면 대안이 없습니다. 두달전 USAID에서 기증 받은 인공호흡기 2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한마디에 구급비행기 투입이 결정되었습니다. “전기가 왔다 갔다 합니다.”

빙햄병원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봅니다. 전에는 산소포화도 검사하려 하면 먼저 하는 일이 ‘병원 어딘가 숨어있는 고장나지 않은 기계 찾기’ 였습니다. 그러다 찾으면 기계에 건전지가 없어 사람을 보내 사오게 했습니다. 가까스로 검사하고 산소치료를 결정하면 다음 고민이 따라옵니다. 남은 산소통이 없는데 어느 환자 것을 빼 와야 할지입니다.

이제는 준비된 모니터로 시간 맞추어 검사합니다. 여분의 농축기와 산소통을 문 앞에 대기시켜 놓고 치료합니다. 출퇴근시 근무용 가운을 갈아입습니다. 자체 제작한 방호복도 지정 장소에 보관합니다. 마스크와 장갑이 없어 황당해하던 것이 불과 몇달 전입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과 기관, 한국 교회에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E는 무사히 출국(Medical Evacuation) 했습니다.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곳 선교사 사회 안에도 여러 의견들이 있고 코로나로 인한 피로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이 실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확진시 어디까지 치료가 가능한지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초유의 판데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에서 애쓰는 선교사들을 잘 섬기기 원합니다. 우선 저의 영육이 건강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선교사를 섬기는 선교사로의 부르심을 감당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