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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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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 임은섭
  • 조회 : 498
  • 2021.04.16 오후 05:19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프로파일 나이지리아 2021. 3. 18. 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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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것

못 보던 파리들이 집안을 날아다닙니다. 다음날, 시궁창 냄새가 더해졌습니다. 화장실 쪽이 심한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정화조 뚜껑을 열고 배관을 확인해도 이상이 없습니다. 하루가 더 지난 아침, 아내가 '이게 뭐야?' 하고 불렀습니다. 화장실 바닥에 밥풀 같은 것이 널려 있습니다. 꼬물거립니다. 구더기였습니다.

20마리도 넘습니다. 바닥도 벽도 이상이 없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쓸어 담아 버렸습니다. 30분 후 아내가 다시 부릅니다. 분명히 다 치웠는데 또 여기저기서 꾸물꾸물 다닙니다. 혹시 위? 현지인 P와 함께 지붕에 올라가 화장실 천장 판자를 뜯었습니다. 숨쉬기도 힘든 역한 냄새가 뿜어져 나옵니다. 팔뚝 만한 쥐의 사체를 놓고 엄청난 구더기들이 파티 중이었습니다.

치웠는데도 냄새가 여전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나무사이사이 퍼져버린 애벌레들입니다. 지붕을 다 들어낼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세면대에도 기어다닙니다. 세수하기 전 천장을 보며 머리에 떨어질까 걱정합니다. 밤에 수시로 나와 구더기를 주웠습니다. 뭔가가 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고 입으로 들어 갈 것 같아 잠을 설쳤습니다. 천장의 틈새들을 테이프로 막고 구더기들의 수명이 다하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한동안 산지 산하의 아침 인사는 "밤에 몇 마리 잡았어?" 였습니다.

P의 경험으로는 냄새 나고 원인을 발견하기까지 일주일도 걸리는데 이틀 만에 찾아내서 대단하답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저에게 아내가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그래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한국으로 갈 때가 된 것 같아

좋아하는 것

미국의 동생 가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자 원하는 것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산하는 닌텐도 게임칩, 산지는 기타 페달, 아내는 초콜릿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어 가만히 있자 동생이 ‘건담’을 보낸답니다. 어릴 때 많이 가지고 놀던 로보트입니다.

역시 코로나 시대입니다. 12월에 보낸 소포는 한달 후인 1월 나이지리아에 도착했고 다시 한달을 지난 2월에야 저희 손에 전달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박스를 열며 만세를 외쳤습니다.

심각하게 로보트 조립하는 아빠를 산지, 산하가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1시간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슬프지만 노안 온 것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용서하기로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있습니다. 구더기는 정말 싫습니다. 하지만 로보트 만들기는 재미있습니다.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자신에게 선물한 실내 자전거. 시끄러운 진료실에서 포근히 감싸주는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저녁식사 후 아내와 함께 하는 산책시간도 즐기는 것들입니다.

적다 보니 행복한 일이 훨씬 많습니다.

어쩌다 만난 구더기쯤은 용서해 주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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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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