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ȸ

선교편지

건강하고 행복한 성현교회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 임은섭
  • 조회 : 270
  • 2022.01.25 오후 07:56

기도합니다
프로파일 나이지리아 2021. 11. 24. 15:29
URL 복사 이웃추가

유방암

처음 만든 칠리새우를 자랑하고 있던 주일 저녁입니다. 당직도 아닌데 병원 전화가 왔습니다. 산지산하만 남은 집 문을 꼭 잠그고 출발했습니다. 병실 환자는 힘든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X-ray 상 왼쪽 폐가 흉수로 하얗습니다. 응급흉관삽관을 했습니다. 핏빛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환자는 왼쪽 가슴 전체로 퍼진 유방암을 가지고 왔습니다. 너무 커져서 걷기도 힘듭니다. 아프고 고름이 생기고 썩어 들어갑니다. 남편은 빙햄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입니다. 환자 본인도 정부병원 의사입니다. 처음 발견한 건 6개월 전, 그동안 민간치료사가 만든 약만 먹었습니다. 이미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와 두 자매에 대한 경험이 공포가 되어 절망스러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유방암입니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의 발전으로 암 사망에서는 다섯 번째입니다. 나이지리아도 유방암이 No. 1(23%, 2020)입니다. 하지만 늦은 발견과 치료역량부족으로 암 사망 역시 유방암이 No. 1(18%, 2020)입니다.

내년 한국 연수에 3명의 의사(안과, 산부인과, 종양내과)가 지원했습니다. 그 중 방사선과 항암치료 전문인 Dr. T는 유방암에 관심이 많습니다. Dr. T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길 기도합니다. 빙햄병원 암환자 케어가 한 단계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가 만든 현실

2주전 어머니가 구급차에 실려 간 후 홀로 남은 아버지는 소독팀을 맞이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 역시 양성 판정을 받고 코로나 병동으로 실려 갔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서로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각각의 격리병동에서 꼼짝 못합니다.

입원 3일째 어머니는 호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악화되었습니다. 고령에 많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입니다. 치료까지도 한주 늦었는데 그나마 백신 덕에 덜합니다. 핸드폰에서 아버지 음성 외의 소리들을 듣습니다. 기침소리, 가래소리, 거친 숨소리, 그리고 산소 나오는 소리. 이러다 더 나빠져 중환자실로 이송되면 한국 가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 거류허가증이 없습니다. 3개월전 갱신을 신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허가증이 없으면 출국자체가 문제이고 재입국은 불가능합니다.

은혜였습니다. 고비를 넘기고 회복되셨습니다. 9일 입원 후 두 분 다 퇴원하셔서 재택치료 중입니다. 매일 전화만 드렸는데 의사아들 덕 본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소나기가 한바탕 휩쓸고 갔습니다. 지금도 멍합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쓸쓸한 격리병실에서 치료 중인 환자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본국에서 해외에서 안타까워하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중환자들 사이에서 애쓰시는 의료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끝없는 코로나 파도에 요동하는 한국, 나이지리아 그리고 세계를 위해 기도합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일단 터지면 소중한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만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사랑한다 하고 안아주세요. 물론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 다음으로 출현한 호모마스크스랍니다.

[출처] 기도합니다|작성자 나이지리아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나이지리아 이재혁선교사님 편지
  • 2022-01-25
  • 임은섭
  • 271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